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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순한 실직이 아닙니다: 국제기구에서 일하던 외국인이 해고될 때 정말로 잃는 것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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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자리를 잃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.
경제적 안정이 흔들리고, 삶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묻게 됩니다. 직함이 사라진 뒤 나는 누구인가라는 불편한 질문도 마주하게 됩니다.
하지만 일 때문에 나라를 옮겨 온 사람이라면, 지금 겪고 있는 것은 실직 그 이상입니다. 당신이 잃은 것은 일자리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.
당신이 일궈 온 삶을 잃은 것입니다
이 일을 위해 해외로 왔을 때, 당신은 단순히 직장을 바꾼 것이 아니었습니다. 새로운 삶을 하나하나 만들어 왔습니다.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 동네, 이제야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하루의 리듬, 진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키워 온 친구 관계와 공동체까지.
실직과 함께 그 삶 전체가 위태로워집니다. 그리고 그것은 ‘상실’로 인정받아야 마땅한 일입니다.
주변 사람들도 함께 흔들립니다
실직은 혼자 겪는 일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. 해외에서의 삶에서는 그 파장이 특히 복잡하게 번집니다.
배우자나 파트너가 있다면, 그 사람은 당신을 따라 이곳에 왔을지 모릅니다. 이 삶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경력, 인간관계, 집이라는 감각까지 다시 정리해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. 그런데 이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격변을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. 어떤 부부는 이 시간을 함께 헤쳐 나갑니다. 다른 부부는 한 사람은 남고 한 사람은 떠나야 해서, 적어도 한동안은 떨어져 살아야 하는 더 힘든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.
아이가 있다면, 아이들 역시 나름의 슬픔과 적응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. 학교가 바뀌고, 친구 관계가 끊기고, 부모조차 아직 답을 모르는 질문들을 던져 옵니다.
그리고 그 밑바닥에는, 다른 모든 사람의 혼란이 내 탓이라는 조용한 죄책감이 깔려 있을 수 있습니다.
그다음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찾아옵니다
감정의 무게가 미처 가라앉기도 전에, 처리해야 할 일들이 밀려옵니다.
비자 문제. 많은 경우 체류 자격은 고용과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. 계약이 끝나면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. 보통이라면 몇 달을 두고 천천히 내릴 결정을 몇 주 안에 내려야 합니다.
주거 문제. 살고 있던 집이 기관에서 지원하거나 기관과 연결된 곳이었다면, 그 안전망도 함께 사라집니다. 감정적으로 소진된 상태에서 집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.
연금과 보상. 국제기구의 복리후생 체계는 복잡합니다. 실제로 받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, 납입한 연금은 어떻게 되는지, 귀국 지원은 어떤 것이 있는지. 분명한 답이 필요한 질문들이지만, 그 답을 찾으려면 가장 여력이 없는 바로 그 시점에 관료적인 절차를 헤쳐 나가야 합니다.
슬퍼하면서, 가족을 지탱하면서,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는 것. 그것은 정말로 벅찬 일입니다.
지금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
지금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, 서둘러 지나치지 않고 일어난 일의 무게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여유일지 모릅니다. 구직을 멈추라는 말이 아닙니다. 다만 어떻게 찾느냐가 차이를 만듭니다. 일어난 일을 소화하고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과정은, 공황이 아닌 명료함 속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 줍니다.
스트레스와 소화되지 않은 상실감으로 버티고 있을 때는, 닥치는 대로 지원하고, 모든 결정을 의심하고, 불확실함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첫 제안에 덜컥 응하기 쉽습니다. 그 자리가 맞지 않는데도요. 반면 일어난 일을 소화하고 진짜 중요한 것을 돌아볼 여유가 있으면 무언가가 달라집니다. 내가 정말 원하는 것, 내 가치관과 맞는 것, 어떤 자리라면 기꺼이 응할 만한지가 분명해진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. 그 명료함은 면접에서 드러납니다. 자신과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. 그리고 다음 직장이 정말로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일 가능성을 높여 줍니다.
상담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:
- 이 경험의 겹겹이 쌓인 상실을, 조용히 쌓여 더 무거운 것이 되기 전에 소화하는 것
- 자신의 가치와 강점을 다시 확인하여, 다음 걸음이 지금의 나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진정으로 맞도록 하는 것
-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과 자신감을 되찾는 것
- 압박이나 공황이 아닌 명료함 속에서 다음 장을 시작하는 것
한 가지 더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. 이렇게 힘들고, 이렇게 얽힌 것이 많은 일을 통과해 내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.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, 진짜 어려움을 헤쳐 온 사람만이 갖는 조용한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. 이것은 억지로 찾아낸 위안이 아니라, 구직을 하는 동안에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.
그리고 당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
당신과 함께 이곳에 온 사람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. 그들에게도 지지가 필요합니다. 이런 전환기가 관계에 주는 부담을 함께 풀어 가는 부부 상담일 수도 있고, 자신의 경력을 접어 두었던 배우자가 그 의미를 조용히 되짚어 보는 개인 상담일 수도 있습니다. 일자리를 잃은 사람 한 명이 아니라, 가족 전체가 지지받을 수 있습니다.
Written by 추희연 (Amy Chu), Ph.D. — 이중 언어 및 다문화 상담 전문가.